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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국내

관촉사 은진미륵을 보니(2)

은선재 2021. 7. 16. 12:15

  광종은 어떤 임금일까? 태조 왕건은 29명의 부인을 두었다. 부인이 많았던 이유는 혼인을 세력 확장의 방편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태조와 혼인 관계를 맺은 집안은 모두 지역의 유력한 호족이었다. 광종은 충주 지역의 호족 유긍달의 딸이자, 태조의 셋째 부인인 신명순성황후의 둘째 아들이다

 

  태조 왕건이 세상을 떠나자, 호족들은 자신의 자손을 임금 자리에 앉히려는 싸움을 시작했다. 태조의 뒤를 이어 둘째 부인 장화왕후의 아들 무()가 즉위했으니, 고려 제2대 임금 혜종이다.

 

  혜종이 즉위하자, 신명순성황후의 두 아들 요()와 소()가 평양의 군벌 왕식렴과 손잡고 반란을 일으켰다. 혜종은 실권을 잃고 시름시름 앓다 세상을 떠났다. 즉위한 지 2년 만이었다. 혜종의 뒤를 신명순성황후의 첫째 아들 요가 즉위했으니, 고려 제3대 임금 정종이다.

 

  정종은 즉위 후 왕식렴의 영향을 받아 수도를 평양으로 옮기려 했다. 개경의 호족들이 반대하여 실행하지 못하던 사이에 왕식렴이 세상을 떠났다. 정종은 힘을 잃고 병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다. 그 뒤를 이어 동생 소가 즉위했다. 고려 제4대 임금 광종(재위: 949~975)이다.

 

  광종은 왕권 안정을 최우선 했던 임금이다. 26년간 재위하며 왕실의 토대를 굳건하게 했으니, 비결이 무엇일까?

고려 성종 때 문신 최승로(927~989)는 광종을 평가하며, “즉위한 해로부터 8년간 정치와 교화가 맑고 공평하였으며 형벌과 상이 지나치지 않았다.”라고 했다. 그 이후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얘기이다

 

관촉사 석문에서 바라본 돌미륵. 석문은 다른 절에서는 보기 어려운 특이한 형태의 문으로, 왼편 기둥에는 ‘해탈문(解脫門)’이라고 쓰여져 있다. 관촉사가 건립 후 동서남북 4곳에 문을 두었는데, 그중 동쪽에 세운 문만이 유일하게 남아 있다.

 

  최승로의 평가를 이해하려면 광종 재위 8년 이후에 일어난 일을 살펴봐야 한다. 광종은 재위 8(956)에 노비안검법을 시행했다. 노비안검법은 노비를 조사하여 이전에 양민이었던 사람을 다시 양민으로 풀어 주는 법이었다. 호족들이 거느린 노비 중에 상당수가 이전에 양민이었으므로, 노비안검법의 시행으로 호족들은 타격을 입었다.

 

  2년 뒤(958), 광종은 중국 후주에서 귀화한 쌍기의 건의를 받아들여 과거제를 실시했다. 과거제는 시험을 통해 관리를 뽑는 제도이다. 집안 배경으로 관리가 되었던 호족 세력에게 타격을 주는 제도이었다. 과거 시험을 통해 관리가 된 벼슬아치들은 광종을 지지했다.

 

  재위 7년간 광종은 호족들과 별 탈 없이 지냈고, 최승로는 그 기간이 정치와 교화가 맑고 공평했던 시기라고 했다. 재위 8년 이후, 광종은 호족 세력에게 타격을 주는 정책을 시행했고, 재위 11년 이후에는 호족 세력을 직접 탄압했다.

 

  광종은 불교를 활용하여 왕권을 정당화하려 했다. 관촉사 돌미륵은 자기 정당화의 정점이었다. 광종은 세상을 구원하는 미륵과 자기를 동일시했고, 혜명은 광종의 모습을 형상화하여 관촉사 돌미륵을 만들었다. 관촉사 돌미륵이 여느 불상의 모습과 다른 이유이다.

 

  광종은 돌미륵의 완공을 보지 못했다. 돌미륵을 만들기 시작하고(968) 7년 뒤, 갑자기 병이 나서 세상을 떠났다. 능은 경기도 개풍군에 있고, 헌릉(憲陵)이라고 했다. 돌미륵은 광종이 세상을 떠나고 30년 후인 1006년에야 완공되었다.

 

1910년대에 촬영한 광종(光宗)의 헌릉(憲陵) 모습 (사진: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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