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오스트레일리아(이하 호주)는 어떤 나라일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전시 중인 <경로를 재탐색합니다>에서 호주를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호주의 속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경로를 재탐색하며 호주의 속살을 들여다보자.

 

&lt;경로를 재탐색합니다&gt; 입구에 전시된 탈로이 하비니의 &lt;교화&gt;(2020)와 아치 무어의 &lt;연합국가&gt;(2014/2017). &lt;교화&gt;는 하코 부족 구성원과 함께 만든 작품이다. 언제든 해체하고 다시 세울 수 있는 집을 형상화하여 원주민의 삶을 상징한다. &lt;연합국가&gt;는 원주민의 국가를 나타내는 &lsquo;가짜 깃발&rsquo;을 게시하여 &lsquo;호주는 연합국가다.&rsquo;라는 생각이 허구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호주의 겉살과 속살

호주는 영국인들이 이주하여 만든 나라이다. 1770년에 영국이 호주를 자기 영토라고 선포한 이후, 주로 범죄인과 선원들이 영국에서 호주로 이주했다. 1901년에 영국의 지배를 받는 오스트레일리아 연방이 설립되었고, 1968년에 영국에서 독립했다.

 

미술에 나타난 호주는 영국인 이주민만의 나라가 아니다. 호주에는 영국인이 이주하기 훨씬 이전에 원주민이 살았다. 영국인만이 이주한 것도 아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아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이주했다. 호주는 다양한 인종과 종교가 공존하는 나라이다.

 

리처드 벨, &lt;재판의 전주곡(벨의 명제)&gt;(2011). 원주민 활동가인 리처드 벨은 &ldquo;서구 미술은 존재하지 않는다.&rdquo;라는 문장을 선명히 새겨서, 서구(영국인 후예)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서구 중심의 관점을 비판한다.

 

리처드 벨, &lt;대사관&gt;(1972). 리처드 벨은 예술가이자 정치활동가이다. 원주민 텐트 대사관은 1972년에 호주 정부가 원주민의 토지권을 인정하지 데 항의하여 처음 등장했다. 지금도 원주민 활동가들은 캔버라(호주의 수도)의 옛 국회의사당 맞은 편에 원주민 텐트 대사관을 설치하여 원주민의 자결권을 주장한다.

 

원주민의 예술

이주민은 300여 년 전부터 호주로 이주했다. 원주민은 약 60,000년 전에 남아시아에서 호주로 이주했다고 한다. 원주민의 조상인 멍고인의 40,000년 전 유골이 발견되었다. 원주민은 오랜 역사를 거치며 신화를 창조하고 예술을 만들며 문화를 누려왔다.

 

호주 원주민의 문화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의 하나이다. 오늘날 원주민 예술은 원주민의 정체성을 일깨우고 원주민의 권리를 주장하며 원주민의 목소리를 표현하는 역할을 맡는다.

레너드 워커, &lt;쿨유루&gt;(2021). 쿨유루는 거대한 암석 구멍이자 창조가 일어나는 장소이다. 원주민 신화에 따르면, 쿨유루를 통과하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고 한다.

 

캐롤 맥그레거, &lt;우두게루를 위한 화환&gt;(2020). 이 작품은 우두게루 누누칼을 기리기 위해 제작되었다. 원주민들의 풍습과 문화인 쥐 가죽 망토 위에 토착 식물을 그렸다. 누누칼은 영국 여왕이 호주를 방문했을 때, 수백 명의 시위대를 이끌며 원주민 선교지에서 바다까지 화환을 띄워 여왕 일행에 항의했다.

 

아시아계 이주민의 예술

호주는 처음에 백호주의(the White Australia Principle)를 내세워 유럽계 이주민만 받아들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여러 나라에서 온 망명자와 이주민이 늘어났고, 1973년에 백호주의가 폐지되면서 이주민 숫자가 대폭 늘어났다.

 

아시아계 이주민이 늘어나면서 인종차별 문제가 생겨났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온 이주민 중 상당수는 이슬람이어서 종교적 갈등도 생겨났다. 호주에서 인종 갈등과 종교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압둘 압둘라, &lt;모두 함께 기뻐하소서&gt;(2017). 이 작품은 손 자수 작품이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한 호주 군인의 얼굴에 웃는 얼굴 이모티콘을 겹쳐 놓았다. 이 작품은 호주 재향군인회의 강력한 항의로 호주에서는 전시되지 못했다고 한다. 압둘 압둘라는 &ldquo;내 이름이 존스나 제니퍼였다면 전시되었겠지만, 압둘 압둘라여서 전시되지 않았다.&rdquo;라며, 호주에 인종적 종교적 차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에둘러 비판했다.

 

외부 세계를 향한 연대

호주는 세계에서 6번째로 큰 나라지만 섬나라이다. 고립된 환경에서 벗어나고자 주위 나라들과 연대를 적극적으로 추구한다. 아마도 원주민만이 호주에 살았던 때부터 원주민은 주변 섬나라 주민과 연대했던 듯하다.

 
아이브이아이, &lt;카토 카카라(꽃바구니)&gt;(2019-2021). 아이브이아이는 태평양의 원주민과 협업하며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집단이다. 아이브이아이는 웅가투(나무껍질 천)을 다루는 작업을 해왔는데, 이 작품은 나무껍질 천에 꽃을 그린 작품이다. 뉴질랜드, 퉁가, 피지, 호주, 사모아, 캐나다, 파푸아뉴기니, 하와이, 네팔에서 작품 제작에 참여했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