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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삼봉은 단양 팔경 중 으뜸이라고 한다. 충청북도 단양, 남한강이 크게 S자로 휘돌아가는 곳 한가운데, 도담삼봉이 있다. ‘도담(島潭)’은 섬이 있는 호수라는 말이고, ‘삼봉(三峯)’은 세 개의 봉우리를 말이니, ‘도담삼봉이란 호수 한가운데 솟아 있는 세 개의 섬과 같다는 말이다.

도담삼봉, 앞에서 본 모습

도담삼봉과 관련하여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다. 큰 홍수가 난 어느 날, 강원도 정선에 있던 도담삼봉이 단양으로 떠내려왔다. 그래서 정선에서 도담삼봉은 본래 우리 것이니 매년 세금을 내라.”고 단양에 요구했다. 그러나 나이 어린 정도전이 나서서, “우리가 삼봉을 정선에서 가져온 것도 아니요, 오히려 물길을 막아 피해를 보고 있으니 도로 가져가십시오.”라고 했다. 그 뒤로 세금을 내지 않게 되었다. 정도전은 어렸을 때부터 현명하고 용기있었다는 얘기이다.

도담삼봉, 옆에서 본 모습

정도전은 조선 개국의 일등공신으로, 호가 삼봉이다. 앞의 얘기도 그렇고 호도 '삼봉'이니, 도담삼봉과 깊은 연관이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어떤 연관이 있는지 알기 어렵다. 정도전이 단양에서 태어났다는 주장이 있으나, 경상북도 영주에서 태어났다는 주장도 있으니 정확하지 않다. 심지어 태어난 해가 1342년이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1343년이라는 주장도 있다.

조선 개국의 일등공신인데, 이렇듯 가장 기본적인 사실조차 분명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정도전은 조선이 개국한 지 7년 만에 이방원 일파에 살해당했다. 왕위 계승을 둘러싼 싸움에서 패배한 결과였다. 그 뒤로 정도전은 역적이란 오명을 뒤집어썼다. 정도전이 사면된 것은 조선의 마지막 왕인 고종 때였다. 그러니 조선 개국 일등공신 정도전은 조선 시대 내내 역적 취급받았던 것이었다. 이런 사정이 있어 정도전의 출생연도와 출생지 같은 기본적 사실 관련 자료가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도전이 쓴 글은 상당 분량 남았다. 그래서 정도전이 무엇을 생각했는지 알 수 있다. 정도전 사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사람은 하늘과 땅 사이에서 단 하루라도 물()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라는 것이다. 현실 탐구의 중요성을 말하고자 한 것이다. 그래서 마음과 몸으로부터 사람과 사물에 이르기까지 관통할 수 있는 학문을 하자고 했다. 흔히 성리학 하면 관념적이고 현실과 무관한 공리공론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정도전의 사상을 보면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올바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정도전의 동상

도담삼봉을 잘 바라볼 수 있는 자리에, 삼봉 정도전의 동상이 있다. 서울대학교 교수 한영우는 '정도전 행장'에서, 정도전을 애국제민(愛國濟民)의 뛰어난 정치가라고 했다. 나라를 사랑하고 어려운 백성을 구한 정치가라는 말이다. 그 시대의 시대정신을 대변하면서, 그 시대에 가장 필요한 정치적 덕목을 실천했다는 칭송이다.

어느 시대든 시대정신을 대변하는 정치가가 있어 세상이 변하고 역사가 발전하기 마련이다. 정도전은 도담삼봉을 바라보며 웅지를 키우고, 시대정신을 깨우쳤다고 한다. 오늘날의 정치가는 어디에서 시대정신을 깨닫고 웅지를 키울 것인가.  

서울대학교 교수 한영우가 쓴 '정도전 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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