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관중(?~B.C.645)은 중국 춘추시대의 정치가이자 사상가이다. 이름은 '이오'이고 '중‘은 자이다. 오늘날의 중국 안휘성 서부의 영수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젊었을 때부터 포숙과 사귀었다고 한다. ‘관포지교‘라는 말이 있다. 아주 친한 친구 사이의 사귐을 뜻하는 말이다. 이 말은 관중과 포숙의 우정에 빗대어서 나온 것이다. 관중의 말을 들어보자.
“내가 가난하게 살았을 때 포숙과 장사를 한 적이 있었다. 이익을 나눌 때마다 내가 더 많은 몫을 차지한곤 하였으나, 포숙은 나를 욕심쟁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가난한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한 번은 내가 포숙을 대신해서 어떤 일을 경영하다가 실패하여 그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지만, 포숙은 나를 어리석다고 하지 않았다. 운세에 따라 좋은 때와 나쁜 때가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일찍이 세 번이나 벼슬길에 나갔다가 세 번 다 군주에게 내쫓겼지만, 포숙은 나를 모자란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내가 아직 때를 만나지 못한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세 번 싸움에 나갔다가 세 번 모두 달아났지만, 포숙은 나를 겁쟁이라고 하지 않았다. 내가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포숙이 여러 차례 관중의 사정을 이해하고 배려했다는 것이다. 우정이란 상대방을 배려하는 데서 시작되는 것임을 알게 한다. 관중이 세상에 이름을 남기게 된 것 또한 포숙이 있어서 가능했다.
관중과 포숙은 함께 제나라 왕 희공 아래에서 벼슬을 했다. 제나라는 오늘날의 중국 산동 지방에 터를 잡은 나라였다. 제나라 왕 희공에게는 규와 소백이라는 두 동생이 있었다. 관중은 희공의 첫째 동생인 규를, 포숙은 둘째 동생인 소백을 가르쳤다.
희공이 세상을 떠나자 규와 소백 사이에 왕위를 두고 다툼이 벌어졌다. 소백이 규를 죽이고 왕위에 올라 환공이라 했다. 그러자 규를 따르던 신하 중 소홀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렇지만 관중은 사로잡혀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이때 포숙이 다시 관중을 구원했다. 포숙은 환공에게 관중을 적극 추천했다. “천하의 우두머리가 되고자 한다면 반드시 관중이 필요하다.”고 했다.
환공은 포숙의 추천을 받아들여 관중을 재상에 임명했다. 이렇게 해서 관중은 한때 원수였던 환공의 재상이 되었다. 관중은 40년간 재상으로서 환공을 보필하여 환공을 춘추시대의 우두머리가 되게 했다. 그래서 관중은 오늘날까지 그 이름이 남게 되었다.
사마천은 <사기열전>에서 정치가로서 관중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제나라 환공은 관중을 등용하여 천하의 우두머리가 되었다. 환공이 제후들을 여러 차례 모아 천하를 바르게 이끈 것은 모두 관중의 정책에 따른 것이었다. 관중은 정치를 하면서 재앙이 될 수 있는 일도 복이 되게 하고, 실패할 일도 돌이켜서 성공으로 이끌었다. 관중은 이해를 분명하게 따지고, 득실을 재는데 신중했다.”
그런데 관중의 행적을 두고 후대 사람들이 비판했다. 공자의 제자인 자로 또한 관중의 행적을 비판한 사람이었다. 하루는 자로가 공자에게 말했다. “환공이 공자 규를 죽이자, 소홀은 죽었고 관중은 죽지 않았으니 관중은 의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공자의 생각은 달랐다. “환공은 무력을 쓰지 않고 제후들을 규합했다. 관중의 지혜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관중만큼 어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관중만큼 어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라고 했다.
자로가 관중의 행적을 비판하였다면, 공자는 관중의 업적을 평가했다. 공자가 관중을 평가한 이유는 환공을 우두머리로 만들었다는 것이 아니었다. 관중이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을 평가했던 것이다. 중국의 춘추시대는 100여개의 나라들이 서로 패권을 다투던 때였다. 잇달아 전쟁이 일어났고, 그로 인해 백성의 삶이 피폐해졌다. 이런 시대에 가장 핵심적인 시대적 과제는 ‘평화’였다. 관중은 그 평화를 이루었고, 공자는 그 점을 평가했던 것이었다.
관중은 공자가 태어나기 100여 년 전에 활동한 사람이다. 공자는 물론 공자 이후에 출현한 학자들, 즉 제자백가들은 대부분 유세객이었다. 유세객들은 각 나라의 왕과 재상들을 찾아다니며 자신들의 사상을 선전하고 자신들을 고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공자 역시 10여 년 간 전국을 돌아다녔다. 관중은 40년 동안 제나라의 재상을 하며 자신의 사상을 펼쳤던 사람이다. 따라서 관중은 공자를 포함하여 수많은 유세객들이 선망한 롤 모델이었다.
관중이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관중은 정치가였기 때문에, 관중의 사상은 ‘정치론’을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 관중은 무엇보다 지도자의 바람직한 자세를 밝히고자 했다. 관중은 이렇게 말했다. “도는 하나이지만 도가 드러나는 모습은 다르다. 도를 듣고 집안을 이롭게 하는 사람이 한 집안의 가장이다. 도를 듣고 마을을 이롭게 하는 사람이 한 마을의 지도자이다. 도를 듣고 나라를 이롭게 하는 사람이 한 나라의 지도자이다. 도를 듣고 천하를 이롭게 하는 사람이 천하의 지도자이다.”
지도자는 도를 듣고 도에 따라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래서 지도자가 도를 따라 다스리면 백성들이 스스로 따르게 된다. 그러나 지도자가 도를 따르지 않으면 위아래가 불화를 일으켜 위태롭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 지도자가 따라야 하는 도는 무엇일까? 관중은 “백성을 부유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도자는 백성들이 먹고 살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백성들이 예절과 명예, 그리고 수치심을 알게 되고, 나라가 안정된다는 것이다.
백성이 부유해지려면 안심하고 생업에 충실할 수 있어야 한다. 관중은 백성의 생업을 ‘사농공상’의 네 가지로 분류했다. 사농공상이란 공부하는 사람, 농민, 장인, 상인을 말한다. 흔히 사농공상이라 하면 신분적 개념으로 알고 있지만 본래는 직업 분류의 개념이었다. 관중은 "옛 임금들은 사농공상이라는 네 직업의 백성들이 서로 생산한 것을 교환하도록 했다. 그래서 한 해의 이익이 백성들 사이에 치우치지 않게 했다."고 말했다.
물론 관중은 네 가지 직업 중 농사를 가장 중요시 했다. 그러면서 "나라를 위해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상공업과 글공부를 금지하는 것이다. 상공업과 글공부를 금지하면 놀고먹는 백성이 없어지고, 백성들이 반드시 농사를 짓게 된다."라고 했다. 아마도 말의 본 취지는 누구나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을 것이다.
관중은 정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그래서 관중의 말과 행적에 비추어 오늘날의 정치를 생각해보게 된다. 미국의 한 정치학자는 정치인의 덕목으로 “일관성, 소명의식, 설득력, 협상력, 순발력, 용인술, 대중인기” 등 7가지를 제시했다. 현대의 정치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임이 분명하지만, 정치인으로서 성공하기 위한 덕목이라고 한 것이 문제다. 정치는 정치인이 성공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관중은 정치의 근본이 백성을 편안하게 살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관중은 그런 근본을 실행하고자 했다. 그래서 사마천은 관중을 평가하며, “관중은 제나라 재상이 되어 정치를 맡자 백성들과 더불어 좋고 나쁜 것을 나누었다.”고 했다. 관중이 공자의 롤 모델이었던 이유를 알 수 있다. (<위클리공감> 480호, 2018년 11월 26일~12월 2일)
'연재 > (연재1) 모두의철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재24)‘조화와 갈등’을 생각한다 (0) | 2020.01.02 |
---|---|
(연재23)‘겸애’를 생각한다 (0) | 2019.12.30 |
(연재21)‘실존’을 생각한다 (0) | 2019.12.23 |
(연재20)‘교육’을 생각한다 (0) | 2019.12.19 |
(연재19)‘문화상대주의’를 생각한다 (0) | 2019.12.16 |
- Total
- Today
- Yesterday
- 경주남산 #칠불암마애불상군 #삼릉계석조여래좌상 #불곡마애여래좌상 #국보 #귀족불교 #원효
- 돈화문 #창덕궁 #이궁 #누각의종 #태종
- 남한산성 #수어장대 #무망루 #최명길 #김상헌 #김만기 #병자호란 #인조 #청량산 # 주장성 #일장산성 #인조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